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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엽의 교육이야기인생 어쩌란 말이냐?

최종엽|잡솔루션코리아 대표이사
최종엽컬럼니스트

不曰 如之何 如之何者 吾末 如之何 也已矣 (불왈 여지하 여지하자 오말 여지하 야이의)
어찌할까(如之何), 어찌할까(如之何)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不曰) 사람(者)은, 공자인 나(吾)도 이미(已) 어찌할 수가(如之何) 없다(末). 스스로 궁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어찌 할 수 없다는 말로 논어 위령공편 제15장에 나오는 말이다.

 

A씨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에서 15년을 일한 후 3년 전 명예퇴직을 했다. 직장인으로는 쉽게 만져볼 수 없는 상당 금액의 명예퇴직금을 들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회사를 나왔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기술 보고서를 끼고 살았던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단 2년도 지나지 않아 택배 물건 보관이 주 업무가 되어버린 아파트 경비실 경비원으로 커리어가 바뀌었다. 퇴직 후 1년이 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연봉도, 근무 지역도 아닌 4대 보험만 가능한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가야만 하는 입장에 놓인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대기업에서 6, 7천 연봉을 받으면서도 만족을 못했는데, 4대 보험에 월 100만원만 넘으면 감사하단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마음이 늘 울적했다. 기를 펼 수가 없었다.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만 간다고 생각하니 더욱 한스럽기까지 했다. 인생이 이렇게 영원히 무너져 내리는 것은 아닌지 답답했다. 50세.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용시장에선 이미 거북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40대 후반 중소기업 사장이 50세 퇴직자를 선뜻 고용할 리가 없다. 40대 초반 벤처 사장은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할까? 어찌해야 할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잠시도 떠나지 않지만 참는다. 하지만 이것이 참아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를 더 답답하게 했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너무 낮게 떨어져버린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나간 시간을 아무리 잘게 미분하면서 이유를 찾아보아도 이렇게 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지나간 시간을 아무리 연결하여 적분을 해보아도 시원스런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문제는 그가 지금껏 여지하(如之何)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것도 꼭 필요한 시기에 그것을 놓쳤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여지하(如之何)에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때를 놓치게 되면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직장인은 보통 퇴직 후에야 여지하(如之何)를 외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백이면 백 고민을 하지 않는 퇴직자는 없다. 하지만 재직 중에는 여지하(如之何)를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회사일은 된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월급을 받는 것에는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보너스도 받는다.

 

직장인에게 휴가는 달콤한 와인과도 같다. 천금 같은 휴가를 알차게 보내려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연초부터 여름휴가를 계획한다. 계획을 짜는 과정의 행복도 행복이려니와 어떻게 하면 길지 않은 휴가를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읽어보면 그들의 휴가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똑같은 여름휴가인데 어째서 저들은 저토록 짜임새 있게 알차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일까. 매년 찾아오는 휴가도 이처럼 계획을 세워야만 알차게 보낼 수 있는데,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 인생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 하랴. 그런데도 많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계획다운 계획을 제대로 세워보지도 못한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려하는 그런 집중된 시간을 갖지 않는다. 설사 마음먹고 계획을 세운다 할지라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대단한 각오로 두툼한 영문법 참고서를 사지만 매번 명사, 전치사 부분만 공부하다 덮고 마는 것처럼.
 
여지하(如之何)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르쳐주는 것도 제대로 못 따라 온다면 하급이다. 가르쳐주는 것을 곧잘 따라오면 중급은 된다. 하나를 가르쳤는데 둘을 알려고 노력한다면 그건 상급이다.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하급이다. 시키는 일만 간신히 하는 것은 중급이다. 시키지도 않는 일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 상급이다. 하급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는 과장이 일주일 동안 외국으로 출장을 가면 부하사원들은 일단 마음이 놓인다. 일주일 동안 일을 손에서 놓아버려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이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해주는 부하사원들과 일을 하는 팀장은 그래도 행복하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효과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면 되기 때문에 중급의 사원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팀장만 부지런하면 중간은 간다. 가장 행복한 조직은 시키지 않는 일까지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는 상급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다. 그들에게는 여지하(如之何)의 정신이 있다. ‘어찌할까? 어떻게 할까?’를 늘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0년, 혹은 20년 직장생활을 하고도 마땅한 일이 없어 4대 보험을 걱정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커리어의 하급이다. 설사 자신이 원했던 분야가 아닐지라도 입사하여 일을 제대로 배우고 스스로를 적응시켜 10년, 20년 직장생활을 마친 후 그간 했던 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커리어의 중급이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스스로를 개발시켜 일의 성취욕과 행복을 느끼면서 10년, 20년 직장생활도 하고 제2, 제3의 인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커리어라면 이는 분명 상급이다.

 

여지하란 그저 잠깐 지나가듯이 하는 고민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사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뭔가를 해야 하는데’ ‘ 이대로는 안 되는데’ 고민을 하다가도 그 흡연실을 나가는 순간 고민도 함께 사라져버린다면 그것은 진짜 고민이 아니다. 세상에 10분 고민해서 해결되는 것이 있다면 세상은 바로 고민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하나를 배우고도 둘을 깨우쳤다면 그는 여지하(如之何)를 궁리하는 사람이다. 상사가 시키는 일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여 해내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여지하(如之何)를 궁리하는 사람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해야 바른길이 되고 스스로 원하는 길로 갈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사람만이 상급의 인생을 살 수 있다. 공자는 스스로 궁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대책이 없다고 했다.  배움 앞에서도, 일을 마주해서도, 자신의 인생계획을 놓고도 여지하(如之何) 여지하(如之何)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를 진심으로 고민해볼 때다.